학문공동체
한국인사행정학회
제6판이 출간될 때까지 『공직윤리: 책임 있는 행정인』은 30년 동안 인쇄를 거듭해왔다. 제1판이 출간되었을 때 이 저작이 이리 오래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1982년 당시 행정학자나 실무진에게 행정윤리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 무렵 행정윤리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단독저작으로는 미국의 헌법전통에 담겨있는 “체제가치”를 행정윤리의 토대로 주목했던 존 로어(John Rohr)의 1978년 판 『관료를 위한 윤리』(Ethics for Bureaucrats)가 유일했다. 1981년에 조엘 플레이슈만(Joel Fleishman)과 다른 이들이 공동으로 편집한 논문집이 『공직의무: 공직자의 도덕적 의무』(Public Duties: The Moral Obligations of Government Officials)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학술프로그램 중에도 이 주제의 교과과정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으며, 미국행정학회(ASPA)와 전국행정대학원연합(NASPAA)의 연례학술회의의 패널도 어쩌다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저작과 학술논문이 출간되었고, 전문가를 위한 주요 학술회의는 정기적으로 행정윤리에 대한 일군의 주요 패널 세션을 두게 되었다. 종종 구체적인 윤리문제에 관한 학술회의가 열렸고, NASPAA가 인증한 행정학 석사학위프로그램(MPA)에도 이 주제에 대한 논의를 담게 되었다. 제6판에서도 초판의 기본분석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간 행정윤리분야에서의 변화와 연구발전은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했다. 이어지는 장(章)과 참고문헌에 사계의 최신 연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업데이트했다.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방식을 묘사하고 있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기술(記述) 모형에 대한 새로운 절이 추가되었다. 이 절은 초판부터 꾸준히 발전시켜 왔고 이 6판에서도 심화시켰던 규범적 처방(處方) 모형과 대비시키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또한 내부고발, 방관자 효과 및 행정윤리에 대한 설계적 접근방법과 같은 주제에 새로운 자료도 추가했다. 『공직윤리: 책임 있는 행정인』은 기술역량뿐만 아니라 윤리역량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행정학도와 실무자를 위해 집필되었다. 공무(公務)에 종사하거나 이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은 올바로 행해야 할 일에 대해 흔히 걱정하긴 해도 그 누구도 윤리이론서를 들춰보거나 이론이 실무차원에서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의 시간조차 갖지 않았다. 세계 도처의 행정학도와 행정인이 이 저작을 읽는다. 예를 들어서 제4판과 제5판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현재 중국에서 100개 이상의 MPA 프로그램 필수교과서가 되었다. 공직자의 교육, 연수 및 일상 업무를 보면 임무수행을 위해 부딪치는 실제 문제에 치이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사는 폭주하는 업무일정과 업무량으로 인해 등한시된다. 현대사회는 가치와 원칙에 대한 성찰은 뒷전이고 행위에만 집착한다. 이론도 수단을 중시하는 이론, 즉 “어떻게”가 “어떤 목적으로”를 밀어내는 이론으로 환원된다. 특히 윤리이론은 이러한 사고방식에 억눌려 더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윤리는 의무, 결과,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실질적인 추론과 연관이 있기에 사실 생산과 소비사회에 필요한 윤리의 실제 효용성에는 미심쩍은 측면이 있다. 이른바 비용편익비율, 국민총생산, 신장강도(tensile strength), 조직구조, 조립라인, 예산, 기구축소, 마감시간, 계약과정을 거친 외주(外注), 이익집단의 로비, 정치적 외압과 비교할 때 원칙과 가치, ‘선(善)’과 ‘당위’는 아주 미미한 사안으로 보인다. 정식으로 윤리와 부딪쳐서 얻게 되는 성과는 조직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개별 행정인에게도 불투명하다. 이 결과로 인해 전반적으로 윤리연구를 무시하거나 윤리를 다만 피상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행정대학원 교과과정에서 윤리연구에 쏟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MPA 교과과정에 이 주제의 독립교과가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뚜렷한 합의가 없다. NASPAA에서 필수로 하는 것은 MPA 과정에서 윤리를 다루어야 한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NASPAA가 인증하는 많은 MPA 프로그램은 윤리를 다른 핵심교과 영역 내의 하위주제로 다룬다. 이는 윤리가 여기 한 세션, 다양한 과목 중 저기 한 단원이라는 식으로 부분적인 주목 정도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윤리는 공공재정, 공공정책, 인적자원관리, 양적 방법과 같은 핵심영역주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관되고 통합적인 분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행정윤리는 여전히 행정분야의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NASPAA는 윤리보다는 “공직가치”에 준하는 역량위주의 새로운 인증지침을 채택했다. 이렇다 한들 이 지침이 윤리교과분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나는 윤리역량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일군의 ASPA 윤리분과 회원과 함께했고, 지금은 도날드 멘젤(Donald Menzel)과 윤리역량의 성취에 관한 저작을 공동편집 중이다. 초창기 학계 너머에 종사했던 사람 가운데에 형식적인 윤리연구에 대한 일말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윤리가 단순히 상대성과 주관성의 문제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한 종교나 문화 전통이 지배적이지 않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윤리는 합리적 탐구규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적이고 개별적인 문제로 보였다. 학계를 배경으로 윤리연구를 말하는 것은 상이한 윤리시각을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에서 해결 불가능한 갈등을 빚거나 특정한 관점을 부당하게 선전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미국인은 분명 공공생활에서 윤리주제 및 윤리강좌와 다른 교과과정에서 윤리분석을 더욱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내가 소망했던 대로 행정윤리가 연구 분야로서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학계와 정부 차원에서, 또한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행정윤리관련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와 실무진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우리는 행정의 주요사안으로서 행정윤리의 중요성을 설정하는 데 커다란 진보를 이루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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