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공동체
한국인사행정학회
그런데 모든 사회적 존재가 이러한 무기력과 무능력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후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적정량의 힘(power)만 보유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이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들보다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 혹은 최고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투쟁하려 한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권력이라는 용어는 지배, 착취, 부패, 마키아벨리즘 등과 같은 부정적인 뜻을 지닌 말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 ‘권력’ 또는 ‘힘’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멀리하고 부정한다고 해서 멀어지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과 영향력이라는 엄연한 사회적 현실을 무시한다고 그 힘들을 멀리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Pfeffer, 1992). 권력은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우리 곁에서 기능하게 마련이며,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가까이서 작동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동력(social engine)이자, “상호의존적인 체계에서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 빈번하게 요구되는 중요한 사회적 과정”이다(Pfeffer, 1992). 우리는 이 사실을 곧잘 간과한다. 그로 인해 ‘권력’이라는 하나의 건전하고 필수불가결한 ‘프레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즉, 권력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우리의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다. ‘무력(無力, powerlessness)’에서 ‘절대 권력(absolute power)’에 이르기까지 넓게 펼쳐진 권력 스펙트럼에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후자 쪽을 부각시켜 보려는 경향이 있고, 그마저도 부정적인 관점이 많다. “권력과 정치가 존재함을 알고, 심지어 그것이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Gandz & Murray, 1980; Pfeffer, 1992). 흥미롭게도 우리는 권력을 자기 스스로 사용할 때는 그것을 좋은 힘으로 여기고 더 많이 가지기를 바라지만, 남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그것을 사용할 때, 특히 우리의 목표나 포부를 좌절시키는 데 그것을 사용할 때 그것을 악으로 여기는 이중적인 경향을 보인다(Pfeffer, 1992). 이러한 관점에서 이 연구는 권력 연구에 대한 건전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회과학의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권력이 가지는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키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필생을 두고 권력 연구에 매진하고자 하며, 관료제 권력을 포함한 국가 권력에 대한 연구는 저자가 전략적 대상으로 삼은 첫 번째 과제다. 저자는 2006년 처음으로 정부부처들(45개)의 권력지수를 산출한 바 있는데(박사학위 논문), 당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정보를 꼭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여 5년을 주기로 정부부처들의 권력지수를 지속적으로 산출하여 현실을 가감 없이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기로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두 번째 성과물이다. 특히 이러한 연구는 모피아, 토건족 등 관료제 내부의 실질 권력(관료 권력)을 파헤치는 사전 단계로서 의미도 지닌다.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에 실질적인 위해가 될 수도 있는 관료집단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견제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키려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부족한 데가 많은 신진 학자다. 그래서 이 모든 담론을 충분히 담을 능력이 아직은 갖춰 지지 않았다. 특히, 권력에 대한 연구가 거듭될수록 이를 효과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통찰력과 진중한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데, 저자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담론들에 대해 끈기 있게 도전하고 절차탁마하는 마음으로 천착한다면, 언젠가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연구 성과물을 제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부끄러움 속에 오늘의 이 부족한 성과물을 내놓는다. 이 연구는 2009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오재록, 2011)의 후속작업으로 출발했으며, 저자가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사회기반연구(SSK)의 연구 성과에도 일부 기여한다. 전자와 관련하여 저자는 20쪽 가량의 짧은 학술 논문에 미처 담을 수 없었던 내용들을 따로 담아 “충분한 정보와 논의를 제공”하기 위해 학술서로 출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한국 거버넌스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담론을 논의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이 연구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2007년에 한국의 관료제 권력구조: 진단과 처방(한국학술정보)을 출간한 이후, 관련 파생 연구 또는 후속 연구들을 축적해 왔던 바, 이것들을 한데 모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의미도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연세대학교 이은국 교수님, 성균관대학교 공동성 교수님, 서울대학교 전영한 교수님, 중앙대학교 박치성 교수님, 성결대학교 남기범 교수님, 서울여자대학교 한승준 교수님, 홍콩시립대학교 정찬수 교수, 행정안전부 남주현 서기관, 연세대학교 유인영 선생, 전주대학교 고송연, 김서윤, 김은혜 양, 연구보조원 신유화 양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자료 수집에 큰 도움을 준 국회 박주선 군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AHP 조사에 적극 협력해 주신 국무총리실의 심오택 실장님, 오균 국장님, 홍윤식 실장님을 비롯한 스무 분의 간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과 전주대학교에 감사드리며, 원고 교정에 정성을 다해 준 정명은 박사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이 책의 출판을 쾌히 승낙해 주신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지방에서 홀로 지내는 남편과 아빠를 사랑으로 용납하며 많은 날을 인내로 감당해 준 아내 현아와 딸 세연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이 책을 바친다. 2012년 1월 온고을에서 오재록 차 례 제1장 머리말 11 제1절 문제 제기 11 제2절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12 제3절 연구의 목적 16 제4절 연구의 대상과 방법 17 제2장 관료제 권력과 측정모형 19 제1절 관료제 권력 19 1. 관료제 권력의 의의/19 2. 관료제 권력의 원천/25 3. 관료제 권력구조/40 4. 관료제 권력의 특성/42 제2절 선행 연구의 검토 44 제3절 측정모형의 재설계 53 1. 재설계 모형의 개요/53 2. 구성 개념: 자원, 자율성, 네트워크, 잉여력, 잠재력/56 3. 측정변수와 측정지표/61 제4절 관료제 권력지수 산출 방법 82 1. 지수의 개념과 구성 방법/82 2. 개별 측정지표의 표준화/85 3. 가중치 부여 및 권력지수의 도출 방법/86 제3장 정부부처 권력의 측정 결과 90 제1절 자 원 90 1. 인적 자원/91 2. 물적 자원/101 3. 조직 자원/104 4. 법적 자원/106 제2절 자율성 111 1. 정치적 자율성/112 2. 재정적 자율성/120 3. 입법적 자율성/127 제3절 네트워크 132 1. 수직적 네트워크/132 2. 수평적 네트워크/140 제4절 잉여력 145 1. 외부 잉여력/146 2. 내부 잉여력/157 제5절 잠재력 164 1. 특별 권한(공소권, 수사권, 조사권 등)의 정도/165 2. 소관 법률의 총 쪽수/171 3. 등록 규제의 수/173 제6절 결과 요약 176 제4장 정부부처의 권력지수 산출 178 제1절 가중치 산정 178 1. AHP의 유용성과 가중치 산정 방법/178 2. AHP 조사설계 및 표본/183 3. AHP 조사 결과: 가중치 산출/184 제2절 정부부처의 권력지수 산출 194 1. 자원 지수/194 2. 자율성 지수/199 3. 네트워크 지수/204 4. 잉여력 지수/209 5. 잠재력 지수/213 6. 정부부처의 권력지수/215 제5장 관료제 권력구조 및 정책적 함의 217 제1절 이명박 정부의 관료제 권력구조 분석 217 제2절 관료제 권력구조의 정책적 함의 223 1. 권력 집중의 위험성/223 2. 기획재정부와 ‘모피아’의 전성 시대/227 3. 검찰청의 과도한 권력/239 4. 관료제 권력구조 거버넌스의 강화 필요성/242 5. 행정개혁의 보완 방향: 관료제 권력구조 거버넌스의 강화/247 제6장 맺음말 252 제1절 연구의 요약 252 제2절 정책적 제언 254 부록: AHP 전문가 조사 설문지 257 참고 문헌/266 찾아보기/280 저자약력 오재록(吳再祿, Jaerok Oh)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마친 뒤, 국회사무처와 정부부처에서 5급 공무원으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다 학계로 복귀하여 행정학 박사학위(2006)를 받았다. 이후 ‘관료제 권력’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공모에 6건(단독 4, 공동 2)이 선정되어 관련 연구 성과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관료제 권력구조: 진단과 처방(2007)이 있고, 논문으로는 “정부 부처의 권력크기 분석”(2011),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기획재정부의 권력관계 변화분석”(2009), “관료제 권력의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2008), “관료제 권력: 개념화, 조작화 그리고 측정모형”(2006) 등이 있다. |
1 2
|